2018년 4월 8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눈이 왔다고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내가 있는 곳에도 눈 소식이 있었다.

며칠 전 벚꽃이 졌을 때, 네 말대로 이번 봄이 너무 빨리 왔다가 훅하니 가 버리는 것 같아서 괜히 서러웠었다.

그래서 오늘은 꼭 네가 눈으로 찾아온 것만 같았다.


-


역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날씨도 너라고 생각하니까 반가웠다.

옷장을 열었는데 마침 아직 넣어두지 못한 겨울옷이 나왔다.

너와의 추억이 담긴 커다란 후드티를 손에 들고 한참 내려다 보다가 결국

그래, 이거지 싶어서 입고 나왔다. 따뜻했다 여전히.


-


가까운 곳에 빵집이 있지만, 늘 그렇듯 내 생일보다 너희 생일엔 더 정성을 들이고 싶어지는 거 알지.

더 예쁜 케익을 사고 싶어서, 왕복 한 시간 쯤이야 뭐.

차를 끌고 나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이 막혔다. 지루해 창을 내다보니 하늘이 너무너무 예뻤다.

출발할 땐 먹구름이었는데. 맑은 하늘도 괜히 너 같고. 꽃이 다 져서 앙상해진 벚나무들도 서럽고.

보고싶고.


-


직원이 초가 몇 개 필요하냐고 물었다.

대답을 못했다.



-


하루종일 울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어제 새벽에 네가 없는 아이들의 무대를 보면서 그렇게 울어댄 게 너무 미안했다.

평소처럼 응원해달라던 애들한테도,

그날이 오롯이 너를 위한 선택이었을, 너에게도.


그래서 울지 말자고, 아무렇지 않게 웃고, 놀자고.

잘 기다렸다가 12시 땡 치면 밝게 축하해주고 행복하길, 인사해 주자고.

나름대로 마음 먹은 만큼 잘 웃고 잘 떠들었다.

순간순간 밀려오는 울음도 잘 참아냈다.

근데 사람이 갑자기 바뀔 순 없나 보다.

정말 거짓말처럼 12시 되니까 눈물이 터졌다.

하나도 못 컸나 봐.



종현아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많이 후회해. 3년 동안 라디오에 그렇게 많이 징징댔던 거.

나 슬픈 얘기, 힘든 얘기 많이 했던 거.

너는 늘 나를 나은 사람이고 싶게 하는 사람이었는데,

정작 네 앞에서 모자란 소리 우는 소리만 많이 한 것 같아서.

그래서 이제 안 그러려고, 나 많이 컸다고, 의젓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데,

너한테 한 마디도, 내 눈물 한 방울도 부담 주기 싫은데 자꾸 널 부르면서 울게 돼.


그래도 나 더 노력할게. 

성장해 보일게. 너한테 했던 약속들은 뭐 하나 지켜낸 적이 없지만, 이번만큼은 꼭 그렇게 해낼게.

그래서 우리 꼭 나중에 만나면, 나 너한테 당당하게 자랑할래.

지켜봐 줘.


-


알고 있다.

이 모든 나의 말들은 나를 위한 말이다.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뿐이겠지. 

그래도 종현아


Happy Birthday, 생일축하해.






사랑해, 행복하자 우리.








+ Recent posts